볼리비아 대선, 20년 좌파 정권교체…
맞대결 중도·보수성향 “변화의 기회” 강조

19일(현지시각) 인구 1천130만명의 남미 볼리비아에서 대선 결선 투표가 진행됐다. 최근 20년 동안 좌파 일당 집권을 택했던 볼리비아 국민들이 중도·보수파의 두 후보 가운데 한 사람을 임기 5년의 차기 대통령으로 선출하기 위해 투표를 마쳤다. 793만7천138명(볼리비아 최고선거재판소 발표 기준)의 유권자들은 각 투표소에서 자신의 권리이자 의무를 행사했다. 볼리비아는 의무 투표제를 시행 중이다.
이번 결선 투표는 지난 8월 1차 대선에서 득표 1·2위를 차지한 중도 성향 기독민주당 소속 로드리고 파스(58) 후보와 우파 성향 자유민주당 소속 호르헤 키로가(65) 후보 간 맞대결로 펼쳐졌다. 두 후보는 1차 선거에서 각각 32.06%와 26.70%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파스 후보는 하이메 파스 사모라(86) 볼리비아 전 대통령(1989∼1993년 재임)의 아들이자 현 상원 의원이다. 그는 정부 권한 분산, 민간 부문 성장 촉진, 사회 복지 프로그램 유지 등 국가 위기 극복을 위한 신중한 접근법을 선호하고 있다.
‘투토’라는 별칭으로 현지에서 잘 알려진 키로가 후보는 2001∼2002년 대통령을 지낸 이 나라 정계 거물 중 한 명이다. 그는 친(親)기업 정책, 자유무역협정 확대, 사유 재산권 회복 등을 약속하고 있다. 또한 극심한 경제난 해결을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다자간 금융기관으로부터 구제 금융을 받아 달러 유입을 즉시 촉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예비 개표 결과는 이날 저녁 중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일간 엘데베르는 전했다. 누가 이기든 볼리비아에는 20년 만에 사회주의 좌파 정권 대신 자유주의 중도·우파 성향 정권이 들어서게 됐다. 앞서 AP·로이터통신은 1차 대선 결과에 대해 ‘좌파 세력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라고 짚었다.
볼리비아는 무리한 국책 사업, 외환 정책 혼선에 따른 중앙은행의 달러부족 사태, 관료 부패 문제 등으로 총체적인 위기를 겪고 있다. 라틴아메리카 대표 좌파 정당으로 꼽히던 사회주의운동당(MAS)이 2005년 대선을 계기로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과 루이스 아르세 현 대통령 집권으로 이어지는 기간 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오다가 이번 1차 대선에서 정치적 분열과 맞물리며 3%대 득표율에 그치게 하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원주민을 중심으로 아직 모랄레스 지지 세력의 영향력이 굳건한 지역도 여전히 존재한다. 지난 1차 투표에서는 모랄레스 지지자들의 집단 무효표 투표로 22% 넘는 ‘역사적인’ 비율의 사표가 나온 바 있다. 두 후보는 이날 투표를 마친 직후 현지 취재진에 “매우 불쾌한 시기는 끝장났다”(파스 후보), “20년 간의 파괴적인 시간을 끝내게 됐다”라며 변화의 기회가 도래했음을 역설했다.
볼리비아 새 정부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도 나설 전망이다. 이번 결선에서 맞붙은 두 후보는 모두 유세 기간 미국을 찾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측과 접촉하는 등 일찌감치 미국과의 연대 강화 모색 움직임을 보인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백악관에서 열린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현지 취재진에 “볼리비아처럼 우리 쪽으로 다가오는 국가들이 많다”고 말했다고 AP는 전했다. 볼리비아 대통령 당선인은 다음 달 8일 취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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