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레오 14세, 경청과 신중… 정제된 메시지
즉위 100일, 즉흥·돌출 발언 자제

지난 5월8일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된 레오14세가 16일(현지시각) 즉위 100일을 맞았다.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이 즉위 직후 파격적인 결정을 쏟아냈던 것과 달리 레오 14세 교황은 자신의 후임을 포함한 주요 인사를 9월 이후로 미루는 등 조용하고 신중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교황은 자신에게 부여된 최고의 권한을 즉각 행사하기보다는 추기경단 회의와 각 부서 책임자와의 면담에 집중하며 내부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공식적인 해외 방문도 하지 않았다.
교황은 지난주 일본 히로시마·나가사키 원자폭탄 투하 80주년에는 국제사회에 핵무기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지속 가능한 평화를 추구할 것을 당부했다. 과거 프란치스코 교황이 핵무기 보유 자체를 “부도덕하다”고 선언해 논란을 빚었던 것과 달리 레오14세 교황은 논란이 될 수 있는 발언을 최대한 자제하고 정제된 메시지를 전파한다.
AP 통신은 레오 14세 교황이 즉위 100일간 논란을 피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며 “프란치스코 교황 재위 기간의 때로는 격동적이었던 12년 이후, 교황직에 일종의 평온함과 절제된 분위기가 돌아왔다”고 평가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즉위 직후 동성애자 사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내가 누구를 정죄하리오”라고 말해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발언은 2013년 7월 첫 해외 사목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과 질의응답 과정에서 나온 즉흥적인 발언이었다. 포용성과 자비의 메시지로 주목받았지만 동시에 보수 진영의 반발도 불렀다.
이에 반해 교황 레오 14세는 지금까지 즉흥적이거나 돌출적인 발언 없이 준비된 원고에 기반한 공식 메시지를 중심으로 소통하고 있다. 교황의 모교인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빌라노바대의 케빈 휴즈 신학·종교 연구 학과장은 “그는 매우 직설적이고 솔직하지만 즉흥적인 언론 인터뷰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상 최초의 미국 출신 교황으로 페루에서 오랜 기간 사목했던 레오 14세 교황이 스페인어, 영어, 이탈리아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며 순례자들과 직접 교감하는 모습은 항상 사람들 곁에 있고자 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습을 연상시킨다는 평가를 받는다.
논쟁을 피하고, 경청하며, 신중하게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그의 모습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역동적이고 예측 불가능했던 전임 교황 이후, 교회가 잠시 숨을 고르고 안정을 찾기를 바라는 많은 이들의 바람에 부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AP는 평가했다.
교황 레오 14세는 환경 보호, 교황청 재정 개혁 등 프란치스코 교황이 남긴 유산과 과제를 계승하면서 대중과의 소통도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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