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브르 박물관 “보석 도난”… 경찰서 설치 요청

박물관장 “끔찍한 실패, 책임지겠다”

▲도난당한 마리 루이즈 황후의 에메랄드·다이아몬드 목걸이와 귀걸이/AFP-연합<H T N>

4인조 절도범들에게 프랑스 왕실의 보석을 도난당한 로랑스 데카르 루브르 박물관장이 22일 박물관 내 경찰서를 설치해달라고 요청했다. 데카르 관장은 이날 오후 상원에서 열린 현안 질의에 출석해 “내무부에 박물관 내 경찰서 설치 가능성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9일 오전 4인조 절도범은 센강변 쪽의 루브르 박물관 외부에 사다리차를 세워두고 2층에 있는 아폴론 갤러리에 침입해 왕실 보물 8점을 훔쳐 달아났다. 파리 검찰은 도난당한 보석의 가치를 총 1천400억원 상당으로 추산했다.

데카르 관장은 사건 당시 “박물관의 경보 시스템은 정상 작동했다”며 “아폴론 갤러리에 근무하던 직원 4명이 신속하고 정확하게 보안 프로토콜을 이행하고 경찰에 신고했으며, 현장을 확보하고 관람객들을 차분히 대피시켰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절도범들의 침입을 충분히 미리 포착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하며 “끔찍한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데카르 관장은 박물관 내 보안 시스템의 부족이나 노후화 문제를 솔직히 거론하며 “현재 보안 카메라가 설치된 곳은 일부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노후화했다”며 “설비 시설이 박물관의 모든 외벽을 커버하지는 못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에 사건이 난 아폴론 갤러리의 경우 “(외부에) 설치된 유일한 카메라가 서쪽을 향하고 있어 침입이 발생한 발코니를 커버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앞서 일간 르피가로는 데카르 관장이 엘리제궁에 사직서를 제출했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를 반려했다고 전했으나, 데카르 관장은 마크롱 대통령에 대해선 별도 언급하지 않았다. 데카르 관장은 마크롱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최초의 여성 루브르 박물관장으로 2021년 9월부터 직을 맡아왔다.

르피가로는 최근 며칠간 마크롱 대통령이 데카르 관장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견디시라. 박물관 개보수 추진 동력을 꺾을 수 없다”고 다독였다고 전했다. 루브르 박물관 노조도 박물관장의 사퇴보다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예산 확보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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