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 태평양 지역 단합 촉구…
남태평양 권력구도 전환… ‘단결과 평화의 바다’

시티베니 라부카 피지 총리는 7월 첫째 주 호주 방문 중 자국이 해당 지역 내에 중국의 군사기지 건설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른 태평양 섬나라들에도 중국의 지정학적 야망에 맞서 연대할 것을 촉구했다.
라부카 총리는 7월 2일 호주 캔버라 국립프레스클럽 연설에서 “그들을 환영할 나라가 있겠나? 피지는 아니다”라고 단호히 말했다. 이는 태평양 섬나라 지도자가 중국의 군사적 확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가장 강경한 발언 중 하나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라부카 총리의 발언이 단순한 외교적 수사를 넘어 미국과 호주, 기타 민주주의 국가들의 지지를 받는 가운데 태평양 섬나라들이 더욱 전략적 독립성을 추구하려는 움직임을 반영한다고 분석한다.
피지의 이번 입장은 남태평양에서 변화하는 권력 구도를 보여주는 가장 최근 사례다. 2024년 9월 중국이 태평양 해역에 모의 탄두를 탑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하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이로 인해 호주, 뉴질랜드, 피지, 일본, 대만 정부가 잇따라 안보 우려를 표명했다.
피지의 라투 윌리아메 카토니베레 대통령은 같은 달 유엔 총회 연설에서 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하며 “우리 지역에 대한 존중”을 촉구하고 도발적인 미사일 실험 중단을 요구했다. 전문가들은 이 사건이 중국의 의도에 대해 점점 경계심을 높이는 태평양 섬나라들에 전환점이 됐다고 보고 있다.
라부카 총리는 현재 태평양 섬나라들의 주권과 연대를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지역 이니셔티브인 ‘평화의 바다(Ocean of Peace)’를 주도하고 있다. 이 제안은 경제적이든 군사적이든 외부 세력의 압박에 대응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오는 9월 열리는 태평양 제도 포럼(Pacific Islands Forum) 정상회의에서 주요 의제로 논의될 예정이다.
이 구상은 포럼에 속한 18개 회원국 전체를 포함하고 있으며 역내뿐만 아니라 세계 주요 강대국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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