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GPS 교란, EU 집행위원장 탑승…

동유럽 순방 중 GPS(위성항법시스템) 신호 교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H T N>

AP통신 등에 따르면 아리아나 포데스타 EU 수석 부대변인은 1일(현지시각) 기자회견에서 전날 불가리아 상공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을 태운 항공기가 러시아의 공작으로 보이는 GPS(위성항법시스템) 교란이 발생했고 항공기는 불가리아 플로브디프 공항에 무사히 착륙했다고 말했다.

포데스타 EU 수석 부대변인은 “불가리아 당국으로부터 러시아의 노골적 전파 방해로 의심된다는 정보를 받았다”며 “이번 사건은 집행위원장이 최전선 회원국에서 하는 임무의 시급성을 오히려 강조한다”고 덧붙였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항공기가 공항 상공을 1시간 동안 선회한 끝에 조종사가 아날로그 지도에 의존해 착륙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러시아 당국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안드류스 쿠빌류스 EU 우주·방위 집행위원은 이날 GPS 교란 행위에 대응하고 탐지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저궤도 위성을 추가로 배치하겠다고 말했다. 동유럽 13개국은 올해 초 EU에 서한을 보내 민간 항공기와 선박 등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러시아의 GPS 교란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EU 집행위원장은 전용기가 따로 없고 필요할 때 민간 항공기를 이용한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지난달 30일부터 러시아·벨라루스와 국경을 맞댄 동유럽 회원국을 돌며 무기 공동구매를 위한 대출 프로그램을 등 유럽 재무장 계획을 홍보하고 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독일 기독민주당(CDU) 소속으로 2013∼2019년 독일 국방장관을 지냈다. 2014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훈련 때 독일 연방군이 장비 부족을 숨기려고 빗자루에 검은 페인트를 칠해 소총인 척하다가 발각돼 망신을 샀다. 이 때문에 독일에서는 아직도 그의 유럽 재무장 계획에 냉소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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